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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환자만 암환자? 항암 신약 급여 ‘촉각’

해외 1등급 권고 항암제…국내 겨우 적응증 추가 단계 수준
선별급여 확대, 창의적 재정 마련 해결책 ‘절실’

이헌구 (hglee@pharmnews.co.kr) 다른기사보기 

2017-09-29 오전 6:00 페이스북 트윗터 kakao 목록 보기 프린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제약산업
[최대 수혜주 항암제 : 문재인 케어 성공 위한 과제]


약가 중심 심사시스템 여전 … 키프롤리스 ‘반쪽급여’ 논란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새 정부에 거는 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생존 기간 연장이나 사망률 감소 등 임상적 우수성이 입증된 치료제 중 비급여로 남아있는 신약들에 대한 급여 등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 예가 바로 암젠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 올해 허가 3년차를 맞은 이 약은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최장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입증하며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높은 기대를 샀던 치료제다. 키프롤리스는 현재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레블리미드’, ‘덱사메타손(KRd요법)’ 또는 덱사메타손과 병용(Kd요법)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허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얻은 결실로는 최근 열린 제 11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KRd요법’만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게 전부라는 것. 기대를 모았던 2제 전략인 Kd요법은 이번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유는 약가 문제였다. KRd요법에서 사용하는 키프롤리스의 용량보다 Kd요법에 쓰여지는 해당 약의 용량이 두 배 정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Kd요법을 써야만 하는 고령자나 신기능 문제를 지닌 환자에선 치료옵션이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특히 레블리미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있어서 이번 2제 요법의 급여 제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더욱이 이번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가 보장성 강화 대책이 나온 직후라는 점에서 여전히 의학적 유용성 보다는 약가에 무게 중심을 두는 과거 심사 시스템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키프롤리스 임상연구 최종 분석결과에 따르면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KRd 3제 요법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48.3개월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Kd 2제 요법 역시 OS 중앙값이 47.6개월로 확인되면서 KRd 3제 요법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즉 2제와 3제 병용요법 모두에서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4년의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단 의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환자들은 2제 요법과 3제 요법 모두 급여등재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 환자들은 정부기관이나 청와대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치료제의 빠른 급여 등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들과의 열린 정책 소통을 꾀하면서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환자들과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키프롤리스와 병용해 사용하는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의 제네릭 출시가 10월 말로 예정되면서 다발골수종 치료에 소요되는 전체 재정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환자 생존 개선을 위해 재정을 투자할 수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R요법, 비급여 ‘심벤다’, ‘리툭시맙’ 약제 전액 환자 부담 가중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치료법 중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는 옵션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이 중 BR요법(심벤다+리툭시맙 병용요법)은 NCCN 가이드라인에서 국내 급여적용되는 R-CHO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리드니솔론), R-CVP요법(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빈크리스틴+프리드니손) 보다 더 선호되는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1등급으로 권고되고 있는 ‘심벤다’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인 ‘여포형 림프종(Follicular Lymphoma)’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한 게 전부인 상황. 물론 국제적으로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에 권고되고 있는 심벤다·리툭시맙 병용요법을 이제라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고무적이다.

문제는 BR요법이 지난달 여포형 림프종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았으나 여전히 다른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만약 BR요법을 희망하는 경우 사전신청요법 제도를 통해 사용 가능하지만 사전신청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요양기관은 사실상 제한적인 만큼 환자들의 접근성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게 약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BR요법 중 비급여 약제인 ‘심벤다’뿐 아니라 급여가 되는 ‘리툭시맙’까지도 약제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므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상당히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약업계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낮은 환자의 경우 효과적인 약제가 있어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불평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심벤다의 경우 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된 약물로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은 데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BR요법을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면서 국내 급여시스템이 국제적인 추세를 따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만큼 중요한 적응증 확대
오프라벨, 치료 접근성 보장 문 케어와 ‘엇박자’

최근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건보 적용이 확정된 직후 허가 외 처방, 이른바 ‘오프라벨’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그간 이 두 면역항암제를 위암, 유방암 등에서 오프라벨로 사용하며 효과를 보았던 일부 암 환자들은 폐암뿐 아니라 다른 암 치료에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을 최소화한 이 제도 자체가 비용효과성만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문재인 케어’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사각지대에 놓여 진 암치료에 불평등 없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암 환자 커뮤니티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보시스템이 이제는 환자 중심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제언하면서 “이번 오프라벨 문제는 문 대통령의 보장성 강화 대책과도 상반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결정은 면역항암제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만큼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대처 가능한 병원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한국과 다른 국가들을 비교해 보면 정부의 정책이 항암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제한하는 주된 이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급여는 질보정수명(QALY)에서 측정된 건강이득 대비 신약의 가격에 근거해 비용효과분석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의료기술평가시스템(HTA)이 잘 구축된 10개국을 대상으로 항암 신약의 보험급여여부를 비교한 결과를 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 QALY 당 비용(the Cost per QALY) 접근법을 적용하는 국가들의 경우 항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일관되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2, 3) 





더욱이 국내 종양학 전문가들이 임상적으로 최선의 치료를 제시할 때 미국 ASCO-NCCN(미국임상종양학회-국립임상암네트워크) 치료지침을 주로 참고로 하는 반면 ASCO-NCCN 치료지침과 심평원의 지침을 비교해 보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에 대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협력단의 분석이다.

‘박근혜 케어’ 연장선 논란 … 독창성 결여 과제

이번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사실상 ‘박근혜 케어’의 연장선일 뿐 오리지널 ‘문재인 케어’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획재정부가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이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계획 추진 예산 이외에 6조 7,000억 원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을 위해 30조 6,000억 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자연증가분 외에 추가재원이 6조 7,0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논지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장관이 밝히고 있듯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부터 치열하게 노력해 온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되는 급여지출 소요가 연간 1조 5,000억 원 가량으로 향후 5년간 6조 7,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데도 그것이 전혀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인양 포장해 30조 6,000억 원을 추가로 지출하겠다는 식으로 선전했다”고 지적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가 기존 건보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재원 마련이 관건”이라면서 “특히 고가 항암제의 경우 건강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건보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렇다 할 자금 조달 계획 없이 선별급여를 확대한다면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재정 마련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항암제 특혜 vs. 국내사 타격 불가피

혁신 항암제들이 앞으로 건보 적용을 받게 될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환자의 의료비 경감과 치료 옵션 확대 등이 주요 낙관적인 전망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보장성 강화 정책을 두고 서서히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 두 가지 상반된 의견으로 나뉘고 있는데 우선 항암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문재인 케어가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는 데 반해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분을 2%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강도 높은 약제비 규제 정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도 그러했듯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항상 약가 인하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니면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이번 정부의 보장성 강화 계획에는 사후약가관리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사용량과 약가를 연동해 가격 조정기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많이 쓰는 약은 약값을 그만큼 깎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약제비총액관리제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종료 시점이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어 제도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 성장에 중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현재의 비효율적인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재정절감대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 보험약가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가격 조정기전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물론 제약사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분명 의약품 사용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선별급여 의약품을 확대할 경우 그동안 비급여로 한정됐던 항암제들이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항암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의 실제 매출은 늘기 마련”이라며 “특히 치료옵션이 없는 항암제가 급여등재 되면 매출은 고스란히 해당 제약사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보장성 강화 실현을 위해서는 항암제 급여등재 이후 사후관리 기전 강화 등 세부적인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도 면역항암제에 대해 처음 인정한 수준의 효과가 있는지를 재평가하는 등 사후관리 영역을 강화해 나가야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향후 비급여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황병래 위원장은 “비급여를 건강보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적 전환에 이어 새로운 비급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두고 일부에서 반발하고 있으나 건강보험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라며 밝혔다.

“OECD 국가평균 80%에 비해 보장율이 60% 초반으로 월등히 낮은 우리나라에서 보장율을 높이려면 비급여 관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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